뇌과학

멀티태스킹은 정말 뇌에 해로운가?

nareun 2025. 4. 20. 01:30

컴퓨터에서는 한 화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고, 스마트폰으로는 음악을 들으며 문자를 보내고, 동시에 노트북으로 업무 메일을 쓰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마치 효율성과 생산성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은 이런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듭니다.
“인간의 뇌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오히려 동시에 여러 일을 시도할수록 뇌 기능이 손상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멀티태스킹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말로 해로운지, 그리고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뇌 사용법은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멀티태스킹은 정말 뇌에 해로운가?

멀티태스킹이란 무엇인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문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 운전하면서 통화하기
  • 수업을 들으며 메시지 보내기
  • 회의 중 이메일 확인하기
  • 식사하면서 유튜브 보기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동시에 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빠르게 번갈아가며 전환(task-switching)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주의 분할’ 혹은 ‘주의 전환’에 더 가깝습니다.

뇌는 멀티태스킹을 못한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닙니다.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판단력, 계획 수립 등의 기능을 담당하지만, 동시에 여러 개의 인지 과제를 수행하는 데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연구 예시 1: 파리 INSERM 연구소

  •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번갈아가며 수행하게 한 후 fMRI로 뇌를 촬영
  • 두 과제가 동시에 주어질 때, 좌측 전전두엽과 우측 전전두엽이 번갈아가며 활성화
    → 즉, 두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전환’하고 있음

연구 예시 2: 스탠퍼드 대학교

  •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 vs. 덜 사용하는 사람을 비교
  • 멀티태스킹 능력 테스트 결과,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그룹이 오히려 집중력과 기억력이 더 낮음
    → 뇌는 여러 작업에 분산되면 정보를 깊이 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음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1. 주의력 저하

멀티태스킹을 반복할수록 뇌는 특정 작업에 대한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됩니다. 주의력의 지속 시간(attentional span)이 짧아지고, 일의 완성도가 낮아집니다.

2. 작업 전환 비용 증가

뇌가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마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인지적 자원이 소모됩니다.

  •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전환할 때마다 15~30초의 집중 손실이 발생
  • 전환이 반복되면 피로감, 실수율 증가, 오류 기억 발생률 증가

3. 기억력 약화

멀티태스킹 상태에서는 정보가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쉽게 사라집니다.
또한 뇌는 정보 간 연결성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해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이 어렵습니다.

→ 나중에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4. IQ 일시적 저하

영국 런던 대학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할 경우 IQ가 최대 10점까지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밤을 새운 상태보다 더 비효율적인 뇌 상태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청소년과 멀티태스킹: 더 큰 위험

청소년기에는 뇌의 전전두엽이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디지털 기반 멀티태스킹이 습관화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자기 조절 능력 저하
  • 수업 중 집중력 저하
  • 장기적인 학습 능력 손실
  • 충동적 행동 경향 증가

📌 실제로 SNS, 게임, 음악, 유튜브를 동시에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낮고, 정서적 불안정성도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은 완전히 피해야 할까?

모든 멀티태스킹이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자동화된 행동과 인지적 작업이 결합될 때는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 예시:

  • 산책하면서 팟캐스트 듣기
  • 설거지하면서 음악 듣기
  • 러닝머신 뛰면서 영어 단어 외우기

→ 이런 조합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를 부드럽게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서로 집중이 필요한 두 과제(예: 과제하면서 유튜브 보기)를 병행하는 것은 뇌에 과부하를 주게 됩니다.

뇌를 위한 건강한 작업 방식: 싱글태스킹(Single-tasking)

1. 하나의 작업에 몰입하기

  •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면, 뇌는 해당 작업을 더 깊이 처리합니다.
  • 작업의 질이 높아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2. 작업 시간 구분

  • 25분 집중 후 5분 쉬는 ‘포모도로 기법’ 등은 집중력을 지키는 데 효과적
  • 일과 디지털 소통 시간(메일, SNS, 알림 등)을 명확히 구분

3. 환경 정돈

  • 시각적·청각적 방해 요소를 줄이고, 뇌가 ‘집중 모드’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4. 디지털 디톡스 타임 운영

  • 하루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기
  • 뇌는 자극이 아닌 ‘여백’ 속에서 회복되고 재정비됩니다.

멀티태스킹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뇌의 입장에서 보면 그 반대입니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할 때 가장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작동합니다. 우리가 뇌를 지나치게 번잡하게 사용한다면, 결국 그 뇌는 더 많은 실수와 피로, 기억 손실, 집중력 저하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느리지만 깊이 있는 집중이 결국 더 빠르고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그 단순한 진리를, 이제는 뇌과학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