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치매는 왜 발생하며,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nareun 2025. 4. 19. 22:44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렸어.”
“어제 먹은 것도 기억이 안 나.”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해.”

누군가의 이런 말이 단순한 건망증일 수 있지만, 반복되고 악화된다면 우리는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치매’. 치매는 단지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가 아닙니다. 뇌 자체의 구조와 기능이 병적으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인지 기능의 전반적 장애로, 단기 기억뿐 아니라 언어, 판단력, 시공간 인지, 성격, 감정 표현 등 광범위한 변화가 동반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치매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뇌 속에서는 어떤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치매는 왜 발생하며,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Dementia)는 특정 질환명이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의해 유발되는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의 총칭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으로,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합니다. 그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주요 증상:

  • 단기 기억력 저하
  • 언어 표현력 감소
  • 시간·장소 인식력 저하
  • 감정 조절 어려움
  • 판단력 약화
  • 성격 변화 및 우울증

치매의 시작: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치매는 단순히 ‘기억이 나빠진 상태’가 아닙니다. 실제로 뇌세포가 손상되고, 점차 사멸하며, 뇌 구조 자체가 위축되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1. 뉴런(Neuron)의 손상 및 사멸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세포 간 연결망)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치매에서는 특정 부위의 뉴런이 비정상적으로 손상되고, 시냅스 연결이 끊기며, 점차 기억 회로와 인지 회로가 무너지게 됩니다.

2. 해마(Hippocampus)의 위축

대부분의 치매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단기 기억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며, 점차 해마 부위가 위축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상실됩니다.

→ 왜 치매 환자는 최근 일은 잊고, 오래전 일은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해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특징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뇌 안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뉴런을 파괴하는 병입니다.

🧬 1.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Beta-Amyloid Plaques)

  •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존재하는 단백질 조각이지만, 잘못 접힌 형태로 변형되면 독성이 생김
  • 이 단백질이 뉴런 바깥에 쌓이며 플라크(덩어리)를 형성
  • 플라크는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발

🧬 2. 타우 단백질 꼬임 (Tau Tangles)

  • 뉴런 안에는 ‘타우’라는 단백질이 있어 미세소관을 안정화시킵니다.
  • 하지만 알츠하이머에서는 타우가 비정상적으로 과인산화되어 엉키면서 뉴런 내 수송체계를 무너뜨림
  • 결과적으로 뉴런이 제 기능을 못하고 사멸하게 됨

✅ 이 두 가지 병리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핵심적인 뇌 변화이며, 뇌의 연결망을 끊고, 기억 회로를 무너뜨리는 직접 원인입니다.

치매가 뇌 구조에 미치는 변화

  1. 해마(Hippocampus) 위축 → 단기 기억력 상실
  2. 측두엽(Temporal lobe) 손상 → 언어, 말하기 능력 저하
  3. 전두엽(Frontal lobe) 위축 → 판단력 저하, 성격 변화
  4. 두정엽(Parietal lobe) 이상 → 시공간 지각 능력 저하
  5. 전체 뇌 용적 감소 → MRI에서 ‘뇌가 쪼그라든 것처럼’ 보임

→ 이러한 변화는 MRI, PET, SPECT 등 뇌영상 기법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매는 왜 발생하는가? (원인 및 위험 요인)

🔬 1. 유전적 요인

  •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짐

🧪 2. 신경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 미세아교세포의 과도한 반응은 만성 염증을 일으켜 뉴런 손상
  • 활성산소(ROS)에 의해 세포 손상이 가속화

❤️ 3. 혈관 문제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은 뇌혈류 감소를 유발
  • 혈관성 치매의 직접 원인이 되며, 알츠하이머와 병합되는 경우도 많음

🧠 4. 생활 습관

  • 운동 부족, 수면 장애, 만성 스트레스,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등
  • 정신적 활동 부족도 위험 요인

치매는 예방할 수 있을까?

완벽한 예방은 어려울 수 있지만,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 뇌 건강을 위한 7가지 습관

  1.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 뇌혈류 증가, 해마 부피 유지, BDNF(뇌신경영양인자) 분비 활성
  2. 지속적인 학습과 사회적 활동
    →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높여 뇌 회로를 강화
  3. 지중해식 식단
    → 항산화 영양소, 오메가-3, 채소·견과류 위주의 식습관
  4. 충분한 수면
    → 수면 중 베타 아밀로이드 배출, 뇌 노폐물 청소 기능
  5. 스트레스 관리
    → 코르티솔 과다 분비는 뇌 위축을 유발하므로 주의
  6. 건강한 심혈관 유지
    →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조절은 뇌 건강 유지의 핵심
  7. 흡연과 음주 줄이기
    → 신경독성 물질은 치매 위험을 크게 증가시킴

치매는 단지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닙니다. 뇌 속에서 천천히 연결이 끊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흔적들이 희미해지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억을 잃어도,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치매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해 주며, 우리는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돌봄과 더 깊은 존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뇌를 아는 것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 시작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바로 이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