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사람이
바뀐다는 말에 대하여
사주의 대운은 무엇이고, 왜 하필 10년인가
돌아보면 인생에 마디가 있습니다. 스물여덟 즈음, 서른다섯 즈음. 그 무렵을 지나면서 사는 곳이 바뀌었거나, 일이 바뀌었거나, 곁에 있던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과 후의 나는 조금 다른 사람 같습니다.
사주에는 이 마디를 다루는 개념이 있습니다. 대운이라고 부릅니다.
사주는 태어난 순간의 사진이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해·달·날·시를 각각 두 글자로 바꾼 여덟 글자입니다. 이건 태어난 그 순간에 고정됩니다. 평생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평생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리학은 고정된 사진 위에 움직이는 축을 하나 더 놓았습니다. 그게 대운입니다. 사주가 사진이라면 대운은 그 사진에 비치는 조명이 10년마다 바뀌는 것에 가깝습니다.
왜 10년인가
절기 때문입니다. 사주에서 달을 나누는 기준은 달력의 1일이 아니라 절기입니다. 입춘, 경칩, 청명 같은 것들이요. 절기는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고, 한 절기에서 다음 절기까지가 대략 30일입니다.
명리학은 여기서 하루를 4개월로 환산합니다. 그러면 30일이 10년이 됩니다. 대운이 10년 단위인 건 이 환산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첫 대운이 시작되는 나이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태어난 날부터 절기 경계까지의 날 수를 3으로 나눈 값이 대운수가 됩니다. 예를 들어 그 거리가 열여덟 날이면 여섯 살부터 첫 대운이 시작되고, 그 뒤로 열여섯 살, 스물여섯 살에 다음 마디가 옵니다.
재미있는 건 방향입니다. 태어난 해가 양의 해인지 음의 해인지, 그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절기를 앞으로 세기도 하고 뒤로 세기도 합니다. 같은 날 태어난 남자와 여자의 대운이 정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그래서 생깁니다.
그래서 뭘 믿어야 하나
대운이 실제로 인생을 바꾼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스물여덟에 이직한 건 대운 때문이 아니라 그맘때가 이직하기 좋은 시기여서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다만 이런 계산이 오래 쓰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자기 인생을 마디로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연속된 시간은 견디기 어렵지만, 챕터가 나뉜 이야기는 견딜 만합니다. 지금이 힘들어도 "이 대운이 지나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조금 낫습니다.
그러니 대운을 예언으로 읽지 말고 이야기의 목차로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목차가 틀렸다고 책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타고난 나와 지금의 나, 얼마나 멀어졌을까 생년월일시로 3분 만에 확인해 보세요 →